천고인비 격주 목요일 오전 8시, 따끈따끈한 생물정보학 업계 소식이 당신을 찾아갑니다 |
|
|
안녕하세요, 생정해요 편집부의 파랑새 편집장입니다.
덥고 찌는듯한 여름이 어느덧 가고 가을과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비록 우리 인간은 지난 여름이 무더운 시간이었지만, 잎과 나무들은 각자의 푸르름을 뽐내는 시간이었겠죠. 그래서 우리에게도 여름이 싱그러운 초록으로 기억되는게 아닐까 합니다. 그러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지금, 초록이 떠나고 단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모든 것은 적절한 때가 있다는 교훈을 우리보다도 잘 받아드리는건 늘 식물들이 아닐까 합니다. 기온이 내려가고 하늘이 높아지면 식물들은 푸르른 초록을 아무런 미련없이 내려둡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요. 우리도 언젠가 초록을 벗고 단풍을 내려둘 날이 오겠지요. 시간을 겸허히 받아드리는 건 우리 인간에게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오늘의 심층뉴스는 뇌의 노화에 관한 논문입니다. 인간의 단풍이 어떻게 붉게 물드는지 깊히 안다는 건, 우리가 시간을 보다 덜 두려워할 수 있게 되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p.s. 오늘 생정해요 부터 새로운 에디터가 합류했습니다. 생정해요는 협업과 신규 에디터에 언제나 열려있습니다.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 25년 10월 16일, 푸른 하늘 아래 수원 화성에서, 파랑새 편집장 |
|
|
《Cell (IF: 약 42.5)》
논문명: Sequencing-free whole-genome spatial transcriptomics at single-molecule resolution
발간날짜: 2025/11/26
저자: Yubao Cheng et al.
공간 전사체학은 세포와 조직의 위치 정보 속에서 유전자 발현을 해석할 수 있게 하지만, 기존 기술들은 여전히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시퀀싱 기반 기법은 전장 커버리지가 넓지만 세포 단위 해상도가 떨어지고, 이미지 기반 기법(FISH, ISS 등)은 단일 분자 수준의 정밀도를 가지지만 표적 수가 제한적이었습니다.
이 논문은 이러한 간극을 메우기 위해 RAEFISH(Reverse-padlock Amplicon-Encoding FISH) 라는 새로운 이미징 기반 공간 전사체 기술을 제시합니다. 핵심은 패들록(padlock) 올리고의 구조를 역전시켜 증폭 효율을 높이고, 수만 개 유전자를 한 번에 탐지할 수 있게 한 점입니다. RAEFISH는 별도의 시퀀싱 없이도 2만 개 이상의 유전자를 단일 분자 수준으로 시각화하며, CRISPR 실험에서 gRNA를 직접 검출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진은 인간 A549 세포와 마우스 조직에서 이 기술을 검증해, 세포당 약 3,700개의 RNA 분자를 식별했고, RNA-seq와의 상관계수(r=0.66)로 기술의 정확성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반복 실험 간 일관성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접근은 시퀀싱 장비 없이 공간적 발현 지도를 정량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 구조 내 유전자 발현 패턴을 정밀히 재구성하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특히 CRISPR 스크리닝, 조직 병리 해석, 그리고 전사체 지도의 기능적 분석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
|
|
《Science Advances (IF: 14.5)》
논문명: Functional recovery of islet β cells in human type 2 diabetes: Transcriptome signatures unveil therapeutic approaches
발간날짜: 2025/10/10
저자: Suleiman M. et al.
제2형 당뇨병(T2D)에서는 췌도 내 β세포 기능 저하가 핵심 문제로 지적돼 왔지만, 어떤 세포가 회복 가능한지에 대한 분자적 단서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이 논문은 인간 T2D 췌도(islet)에서 β세포 기능이 회복되는 “improver”와 그렇지 않은 “non-improver” 그룹을 구분하고, 그 전사체 변화를 비교함으로써 회복을 결정하는 유전자 네트워크를 규명했습니다.
연구진은 기증자 유래 췌도를 배양 후, 포도당 자극 인슐린 분비(GSIS)의 회복 정도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누고, RNA-seq을 통해 전사체 차이를 분석했습니다. Improver 세포에서는 스트레스 반응 감소, 인슐린 분비 경로 회복, 염증 관련 유전자 하향 조절이 관찰됐습니다. 반대로 non-improver에서는 염증·IFN 신호와 ER 스트레스 유전자가 과발현되었습니다.
통합 네트워크 분석과 Connectivity Map 탐색을 통해 JAK 억제제 baricitinib이 회복 시그니처를 모방한다는 점을 찾아냈고, 이를 실제 β세포 및 마우스 모델에서 검증해 인슐린 분비 회복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이 연구는 β세포 기능 회복이 단순한 세포 재생이 아니라, 전사체 수준의 ‘염증 억제-분비 회복’ 프로그램에 의해 조절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생물정보학적으로는, 환자 맞춤형 약물 탐색에 전사체 기반 네트워크 접근이 얼마나 유효한지를 실증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습니다. 향후 T2D 치료 전략에서 β세포 보호와 회복을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표적 탐색의 토대가 됩니다. |
|
|
《Bioinformatics (IF: 5.4)》
논문명: SKiM: accurately classifying metagenomic ONT reads in limited memory
발간날짜: 2025/09/24
저자: Trevor Schneggenburger et al.
메타게놈 분석은 점점 더 실시간성을 요구받고 있지만, 나노포어(ONT) 기반 시퀀싱에서는 긴 read 길이와 높은 오류율, 그리고 제한된 메모리 환경이라는 세 가지 제약이 동시에 작용합니다. 기존 분류기(예: Kraken2, Centrifuge)는 대용량 데이터에서는 강력하지만,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제한 메모리 상황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가벼운 ONT 특화 분류기들은 속도는 빠르지만 정확도나 확률 기반 판정의 안정성이 떨어졌습니다.
이 논문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SKiM(Short K-mers in Metagenomics) 이라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안합니다. SKiM은 짧은 k-mer(15~16mer)를 사용해 참조 데이터베이스를 비트맵 형태로 압축 저장하고, 읽히는 초반 수백 염기의 부분 정보만으로 통계적 검정을 수행해 분류를 결정합니다. 즉, read 전체를 기다리지 않고도 통계적 유의성에 기반한 빠른 분류가 가능합니다.
실험에서는 다양한 시뮬레이션과 실제 ONT 데이터셋을 이용해 SKiM을 Kraken2, Centrifuge 등과 비교했으며, 메모리 사용량은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동일하거나 더 높은 정확도를 유지했습니다. 특히 짧은 리드에서도 강한 분류 성능을 보여주었고, adaptive sampling 환경에서 효율적인 read ejection 결정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 연구의 생물정보학적 의의는, SKiM이 현장형 병원체 감시나 저비용 시퀀싱 파이프라인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한정된 메모리와 시간 제약 하에서도 높은 분류 신뢰도를 확보함으로써, 실시간 메타게놈 해석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
|
|
2030년까지 정출연 인건비 100% 정부 부담
'PBS 아웃, 새로운 인건비 체계 등장'
과기정통부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정출연)의 인건비를 100% 출연금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기존 정출연의 인건비 체계는 PBS 제도 (연구과제중심제도)를 기반으로 각 연구자가 경쟁을 통해 과제를 수탁, 자체 인건비를 충당하도록 한 제도였는데요. 해당 제도가 연구자 및 정출연-민간기업 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지는등 후진적 제도라고 판단, 인건비를 점진적으로 정부부담으로 늘리되, 보다 직접적으로 정부가 '전략연구사업'을 구상, 정출연이 연구하게됩니다. 이로 인해 정출연 연구자 및 연구의 안정성이 보다 개선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
|
|
"우리 머리 속의 단풍"
사람의 노화는 뇌 기능 저하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 원인이 세포 수준에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교 연구진은 인간 뇌 노화과정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전사체와 유전체의 변화를 동시에 분석하여 생애 전 기간에 걸쳐 뇌 세포별 분자적 노화 양상을 통합 규명했습니다.
인간 뇌는 사후 기증 표본이나 제한된 수술 표본이 주로 사용되는데,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뇌 조직 내 특정 세포 유형이나 전사체 만을 제한적으로 분석했습니다. 또한, 뇌의 해리가 어려운 특성 때문에 사후에 얻은 인체 조직이나 동결된 조직 분석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동안 노화된 인간 뇌를 연구한 대부분의 논문은 bulk RNA-seq 방식이었습니다. Bulk RNA-seq은 조직 전체 또는 세포군의 평균 유전자 발현을 제공하므로, 세포 별 차이와 이질성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이 연구는 한 세포의 전사체와 그 세포가 가진 유전체 변이를 직접 연결시키는데 집중했습니다. 연구진은 노화를 관찰하기 위해 태어난 지 몇 단 된 영아부터 100세 이상까지, 사람의 전전두엽 (prefrontal cortex) 조직을 분석했습니다. 특히 snRNA-seq (단일핵 RNA 시퀀싱)을 통해 수천 개의 세포 핵에서 발현 패턴을 분석해 세포유형별 차이를 구분했고, scWGS (단일세포 전유전체 시퀀싱)을 통해 각 세포의 DNA 수준에서 일어나는 돌연변이를 정밀 측정했으며, spatial transcriptomics (공간전사체)를 통해 이러한 변화가 뇌의 영역에서 일어나는지를 공간적으로 시각화 했습니다. 연구진이 발견한 첫 번째 사실은 흥미로웠습니다. 노화가 진행될수록, 거의 모든 세포유형에서 리보솜 합성, 세포 내 물질수송, 대사 유지와 같은 ‘세포의 기본 생명유지 기능’ 유전자들의 발현이 떨어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일종의 ‘세포의 피로 누적’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단순히 뉴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별아교세포(astrocyte), 희돌기아교세(oligodendrocyte),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등 모든 세포가 공통적으로 겪는 ‘기초 체력 저하’에 가깝습니다. 반면 놀랍게도, 뉴런 고유의 신경활성 관련 유전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즉, ‘작동’은 계속되지만, ‘유지’ 기능이 악화되는 것이죠. 또한, 나이가 들수록 세포마다 작은 DNA 변이가 늘었고, 특히 짧고 자주 발현되는 유전자에서 그 변이가 더 많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러한 돌연변이 축적은 전사체 변이가 뇌 노화 및 기능 저하에 영향을 미침을 연결 지었습니다. 결국, 세포 내 DNA 손상이 쌓이면서 ‘세포 유지 유전자’들이 서서히 침묵해간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공간전사체 분석에서는 이 노화에 따른 세포 별 변화가 전전두엽의 특정 피질 영역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 부위는 판단과 기억, 사회적 행동을 담당하는 영역으로 노화에 따라 인지 기능 저하의 분자적 근거를 제시했습니다. 연구진은 인간의 뇌를 세포 단위로 해부해 노화의 단일세포 수준 지도를 그리려 했습니다. 이 지도는 단순히 노화의 결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노화가 어떻게 세포 기능 저하로 연결되는지를 인과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향후에는 이 변이 발현 변화를 신경퇴행성 질환 (알츠하이머나 파킨슨 등)의 초기 병태와 연결되어 보길 기대해봅니다. 저희 모두 노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속도를 늦추는 전략은 세포 안의 분자 수준에서 어떻게 변하고 어떻게 버티는 지로 그 실마리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기고문은 25년 9월 국제 학술지 Nature에 실린 논문, “Single-cell transcriptomic and genomic changes in the ageing human brain”에 기반하였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