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학력자의 위기: 박사, 일자리 앞에 멈춰 서다
박사 학위는 오랫동안 ‘지식인의 상징’이었으며, 사회에서 중요한 연구와 혁신을 이끄는 핵심 인재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박사들은 연구실이 아닌 ‘구직 시장’에서 생존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3월 3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사람 중 약 30%가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으며, 30세 미만의 젊은 박사는 절반 가까이가 무직 상태였습니다. 이 수치는 2014년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박사 학위의 가치와 고학력자의 노동시장 전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는 국내 신규 박사 학위 취득자를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1만442명의 응답자 중 70.4%가 취업했거나 취업이 확정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29.6%는 실업자이거나 구직 활동조차 하지 않은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되었습니다. 특히 30세 미만 박사의 경우, 47.7%가 무직 상태였으며, 이중 45.1%는 적극적으로 구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자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전문직 일자리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고급 인력을 수용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 부족입니다. 전통적으로 박사 학위 소지자들은 대학, 연구소, 공공기관, 산업계에서 활동해 왔지만, 최근에는 연구·개발(R&D) 예산이 축소되고, 기업이 박사급 인력을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고급 인재들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빠르게 발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고급 전문직 일자리까지 대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주요 연구기관들은 AI가 단순 노동뿐만 아니라 고소득·고학력자의 일자리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어요. 실제로 AI가 논문을 작성하고,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며, 심지어 약물 설계와 법률 문서 검토까지 가능해지면서, 박사급 인력이 수행하던 전문적인 업무 중 일부가 점차 자동화되고 있습니다.
설령 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박사 학위가 예전처럼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습니다. 조사에 따르면,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취업한 응답자 중 27.6%는 연봉이 2000만~4000만 원 미만, 19.8%는 4000만~6000만 원 미만이었습니다. 1억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고소득 박사는 14.4%에 불과했어요. 즉, 많은 박사들이 학위 취득 후에도 일반 대졸자와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으며, 경제적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우리는 박사 인력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합니다. 첫째,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 박사급 인력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에 대한 투자 확대가 필요합니다. 특히 AI, 바이오,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에서 박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 합니다. 둘째, 박사 학위 소지자들이 연구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기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비(非)학계 일자리로의 전환을 돕는 프로그램이 필요합니다. 셋째, 박사 학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해야 합니다. 학계가 아닌 산업계에서도 박사 인력이 기여할 수 있도록, 박사들의 기술과 역량을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고학력자의 실업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연구와 혁신이 정체되면, 장기적으로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박사가 직업을 찾지 못하는 현실, 연구보다 생계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구조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경쟁력은 점차 약화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합니다. “박사 학위는 여전히 미래를 위한 투자일까, 아니면 빚을 내서 사는 사치품이 되어버린 것일까?”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구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